'신흥국 6월 위기설‘과 우리 경제
페이지 정보
본문
고유가, 고달러, 고금리 지속 가능성에 대비해야
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취약 국가를 중심으로 이른바 긴축 발작(taper tantrum)으로 인한 ‘신흥국 6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첫 희생양은 아르헨티나로 지난 9일 IMF에 3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많은 자본이 흘러 들어갔던 신흥국에서 급격한 지금 유출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경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경제구조가 취약한 국가로 손꼽혔다. 연간 2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었고 재정적자가 GDP 대비 3% 안팎에 이르렀다. 경상수지는 지난 2010년 이후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25%나 떨어지면서 투매사태가 벌어졌다. 페소화 방어를 위해 이달 초 금리를 40%까지 올렸으나 효과가 없었고, 결국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여 환율방어에 나섰다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아르헨티나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타 신흥국으로 번져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연초 대비 헤알화가 약 8% 하락하면서 달러당 3.72헤알까지 떨어졌다. 터키도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맞물려 리라화가 지난주 달러당 4.49리라까지 내려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정책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지난주 달러당 루피아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이던 1만4000루피아를 돌파하는 등 가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5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환율 방어에 사용했지만 루피아화 폭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르헨티나의 상황과 유사하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현재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금 유출이 1980년대 초반 남미의 외채 위기나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위기 상황은 전염성이 강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새로운 악재가 곧잘 돌출되어 나온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는 없다. 더욱이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이란 변수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은 신흥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흥국 경제 위기설에서는 한걸음 옆으로 비켜나 있다. 위에 언급한 국가들과는 달리 환율도 안정적이고 외환보유액은 4월 기준 3984억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금융기관들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 위기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상승의 3중고가 지속될 경우 1500조원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물경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어 물가가 급등하게 되면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가계부채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위기설이 돌고 있는 신흥국들과 경제 지표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건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되었고,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은 신흥국의 경제위기와는 또 다른 성격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 예측을 통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체감으로 느껴보자.
[벤처창업신문 제공]
- 이전글벤처기업 제한 업종 규제 확 풀렸다 18.05.29
- 다음글우울한 경제지표…한은 기준금리 인상 '안갯속' 18.05.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